제2화 - 조금 이상한 학교
아침 7시 50분.
새별중학교 정문 앞은 이미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야, 빨리 와."
"잠깐만."
"아 숙제 안 했는데."
"어차피 검사 안 해."
"진짜?"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평범한 풍경이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중학교의 아침이었다.
이로운은 천천히 교문을 지나 학교 안으로 들어섰다.
교정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등교하는 학생들이 그 옆을 지나쳐 각자의 교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세요."
몇몇 학생들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로운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래. 좋은 아침."
"오늘 덥겠다."
"네."
"선생님도요."
학생들이 웃으며 뛰어갔다.
이로운도 웃음을 지었다.
평범했다.
정말 평범했다.
어쩌면 어제 일은 꿈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자도 평범한 가방 안에 넣어둔 상태였다.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했나.'
그때였다.
웅.
가방 안이 아주 미세하게 진동했다.
"...?"
이로운이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금세 조용해졌다.
'잘못 느꼈나.'
그는 그대로 2층 상담실로 향했다.
.
.
.
마음쉼터.
상담실 문 앞 작은 팻말이었다.
이로운은 문을 열었다.
따뜻한 조명이 켜졌다.
소파.
작은 화분.
원형 테이블.
그리고 책장.
언제 봐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었다.
그는 커피포트를 올리고 오늘 일정을 확인했다.
오전 상담 없음.
점심시간 생명존중 캠페인 회의.
방과 후 학부모 상담 1건.
'평화롭네.'
그 순간.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
문이 아주 조금 열렸다.
그리고 한 여자아이가 얼굴만 빼꼼 내밀었다.
"선생님."
"응?"
"들어가도 돼요?"
"당연하지."
아이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있었다.
묶은 머리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하지만 표정은 어딘가 조심스러웠다.
"앉아."
"네."
아이는 소파 끝에 살짝 걸터앉았다.
"무슨 일 있어?"
"아뇨."
"..."
"..."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로운은 일부러 재촉하지 않았다.
"그럼 쉬러 왔어?"
아이가 살짝 웃었다.
"네."
"잘 왔네."
"..."
"원래 상담실은 꼭 상담하러 오는 곳은 아니야."
"그냥 쉬러 와도 되고."
"물 마시러 와도 되고."
"아무것도 안 하고 가도 돼."
아이가 조금 긴장이 풀린 표정을 지었다.
"진짜요?"
"응."
"그럼 안 혼나요?"
이로운이 웃었다.
"누가 혼내?"
"아니... 그래도."
"괜찮아."
"여긴 그런 곳이 아니야."
아이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작은 화분 하나를 바라봤다.
"이거 선생님이 키우는 거예요?"
"응."
"잘 안 죽네요."
이로운이 웃음을 터뜨렸다.
"원래 다 죽였는데."
"네?"
"요즘 좀 실력이 늘었어."
아이가 피식 웃었다.
그제야 조금 학생다운 표정이 나왔다.
"이름이 뭐야?"
"서이현이요."
"몇 학년?"
"2학년이요."
"반은?"
"2학년 4반."
"그래. 서이현."
"네."
"앞으로 자주 와도 돼."
"네."
그러더니 서이현이 갑자기 창밖을 바라봤다.
복도를 지나가는 학생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
"응?"
"...선생님은 안 이상해요?"
이로운은 눈을 깜빡였다.
"뭐가?"
서이현은 잠시 고민했다.
"음..."
"설명은 잘 못 하겠는데."
"..."
"요즘 학교가 좀 이상해요."
"...학교가?"
"네."
"어떻게?"
서이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대신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겠어요."
"근데 뭔가 이상해요."
"다들 평범한데."
"평범하지 않은 느낌이에요."
"..."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요?"
이로운은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럴 수도 있지."
"설명은 안 되는데 느낌이 이상한 날이 있잖아."
"맞아요."
"그런 거랑 비슷할 수도 있어."
서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편하지 않았다.
그 순간.
웅.
가방 안에서 아주 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이로운의 시선이 가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주 희미한 글자가 떠올랐다.
『관찰 대상 발견』
"...?"
『보조 인원 적합도 측정 중』
이로운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보조 인원?'
다시 서이현을 바라봤다.
서이현은 아무것도 모른 채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말했다.
"...이상해요."
"...뭔가 시작되는 느낌이에요."
순간.
이로운의 표정도 조금 굳어졌다.
왜인지 모르게.
그 말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학교는 언제나 평범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조금 달라 보였다.
그때였다.
복도 저 멀리서 누군가가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학생들은 웃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안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서이현의 시선도 그곳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또 저 사람이네."
이로운이 물었다.
"누구?"
서이현은 잠시 망설였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거뒀다.
하지만 이상했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조금.
불편했다.
3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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