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 말하지 않는 아이들
아침 10시 20분.
2교시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복도는 평소보다 조용했다.
교실 안에서는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로운은 상담실에서 학생 상담 기록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톡.
테이블 위에 작은 사탕 하나가 놓였다.
이로운이 고개를 들었다.
서이현이었다.
"이건 뭐야?"
"사탕이요."
"그건 아는데."
"맛있어요."
이로운이 웃었다.
"그래서 주는 거야?"
"네."
"갑자기?"
"그냥요."
"고맙네."
서이현은 자연스럽게 빈백 소파에 앉았다.
아직 수업 시간이었다.
"수업은?"
"체육이요."
"안 들어가도 돼?"
"잠깐 쉬라고 하셨어요."
"그래?"
"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로운은 일부러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자 서이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선생님."
"응?"
"선생님은 사람 얼굴 잘 기억해요?"
이로운이 잠시 생각했다.
"잘하는 편은 아닌데."
"대신 표정은 잘 기억해."
서이현이 살짝 웃었다.
"그럴 것 같았어요."
"왜?"
"상담 선생님이니까."
"그렇구나."
그러더니 서이현이 창밖을 바라봤다.
"저는 얼굴보다 분위기를 기억해요."
"...분위기?"
"네."
"이 사람이 편한 사람인지."
"불편한 사람인지."
"그런 거요."
이로운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물었다.
"꽤 어려운 걸 잘하네."
"잘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느껴져요."
"..."
"근데 요즘은 그게 더 어려워졌어요."
이로운은 조용히 기다렸다.
"왜?"
서이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다들 비슷해졌어요."
"...비슷해졌다고?"
"네."
"원래는 친구들마다 다 달랐거든요."
"웃는 애도 있고."
"조용한 애도 있고."
"떠드는 애도 있고."
"근데 요즘은..."
말끝이 흐려졌다.
"...뭔가 다들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이로운은 그 말이 조금 걸렸다.
"같은 생각?"
"네."
"뭘 기준으로?"
"잘 보여야 한다는 거요."
"..."
"좋은 물건도 있어야 하고."
"친구도 많아야 하고."
"공부도 잘해야 하고."
"인스타도 재밌어야 하고."
"..."
"안 그러면 뒤처지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이로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졌다.
그때였다.
복도에서 학생들 웃음소리가 들렸다.
"야, 진짜?"
"어. 그 선배가 알려줬어."
"와. 진짜 착하다."
"그러니까."
학생들이 지나가며 웃었다.
서이현의 시선이 복도로 향했다.
하지만 금세 시선을 거뒀다.
이로운이 물었다.
"왜 그래?"
"...아니에요."
"아까부터 자꾸 뭔가 숨기는 것 같은데."
서이현이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한 게 아니라서요."
"괜찮아."
"확실하지 않아도 돼."
"그냥 느낀 걸 이야기해도 괜찮아."
서이현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아주 작게 입을 열었다.
"...누군가 계속 도와주고 있어요."
"...누가?"
"잘 모르겠어요."
"근데 여기저기 다 연결돼 있어요."
"돈이 필요한 애."
"친구가 필요한 애."
"공부가 힘든 애."
"..."
"어려운 일이 생기면 다 누군가를 찾아가더라고요."
"..."
"근데 그 사람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로운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웅.
가방 안에서 상자가 아주 약하게 진동했다.
이로운이 슬쩍 가방을 열었다.
희미한 문구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상 현상 감지』
『관찰 지속』
그리고 바로 아래.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학생들은 문제를 숨기지 않는다.』
『문제를 정상이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로운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졌다.
그 문장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문제를 숨기는 것보다.
문제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그게 더 위험할 수도 있었다.
"...선생님."
"응?"
"혹시 이상하다고 느껴도 아무 일 없으면 괜찮은 걸까요?"
서이현이 물었다.
이로운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천천히 대답했다.
"아니."
"..."
"오히려 그럴 때가 더 위험할 수도 있어."
"왜요?"
"사람은 이상한 게 반복되면 익숙해지거든."
"..."
"익숙해지면 불편한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게 돼."
"..."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이로운은 복도를 지나가는 학생들을 바라봤다.
"뭐가 문제였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돼."
서이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잠시 후.
서이현은 다시 교실로 돌아갔다.
상담실은 조용해졌다.
이로운은 정리하던 서류를 다시 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한 장의 상담 신청서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 아까까지 없었던 종이였다.
익숙하지 않은 글씨였다.
신청 사유.
『돈 문제』
학생 이름.
없음.
그리고 맨 아래.
짧은 문장이 하나 적혀 있었다.
『선생님, 요즘 친구들이 이상해요.』
이로운의 손이 잠시 멈췄다.
왜인지 모르게.
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4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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