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습작 1 수정 - 상자의 선택(1부)

제6화 - 쉬운 방법

Yoon89 2026. 6. 15. 10:14

제6화 - 쉬운 방법

오전 8시 15분.

새별중학교 교실은 생각보다 시끄러웠다.

"야. 그거 진짜 샀어?"

"어."

"와."

"얼마야?"

"생각보다 괜찮아."

"진짜?"

"응."

학생들의 대화는 평범했다.

아주 평범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이야기는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무엇을 샀는지.

어디를 갔는지.

어떻게 구했는지.

누가 알려줬는지.

이로운은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

교실 문 사이로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선생님."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서이현이었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오늘은 일찍 왔네?"

"잠이 안 와서요."

"왜?"

서이현은 잠시 고민했다.

"...생각이 많아서요."

"무슨 생각?"

"요즘 애들 이야기요."

둘은 상담실로 들어왔다.

이로운은 따뜻한 차를 하나 꺼냈다.

"마실래?"

"네."

서이현은 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러더니 작게 말했다.

"...선생님."

"응?"

"혹시 요즘 이상한 말 들어본 적 있어요?"

"어떤 말?"

"'굳이 힘들게 안 해도 된다.'"

"..."

"'방법이 있다.'"

"'누가 도와준다.'"

"..."

"계속 그런 말만 들려요."

이로운은 잠시 생각했다.

확실히 최근 며칠 동안 비슷한 말을 많이 들었다.

"누가 하는 말인데?"

"잘 모르겠어요."

"근데 다들 알고 있어요."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모르는데 다 알아요."

"..."

"이상하죠?"

이로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확실히 이상했다.

.

.

.

점심시간.

상담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렸다.

낯선 학생 한 명이 들어왔다.

2학년 남학생이었다.

교복은 단정했지만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

"앉아."

학생은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이름이 뭐야?"

"박시우요."

"몇 학년?"

"2학년 5반이요."

"그래. 시우야."

"무슨 일 있어?"

박시우는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

"응."

"친구들 다 돈 많아 보여요?"

이로운은 질문을 그대로 되돌렸다.

"시우는 그렇게 보여?"

"...네."

"왜?"

"다들 잘 사는 것 같아요."

"다들 뭐가 많아요."

"다들 잘 놀아요."

"..."

"저만 없는 것 같아요."

이로운은 물었다.

"없는 게 뭐야?"

박시우는 잠시 생각했다.

"...잘 모르겠어요."

"..."

"근데 없는 것 같아요."

그 말에 이로운은 잠시 멈췄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자주 이런 표현을 썼다.

정확히 무엇이 부족한지는 모른다.

하지만 부족하다고 느낀다.

그 감정이 가장 위험했다.

"혹시 요즘 돈 때문에 힘든 거 있어?"

박시우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물어본 거야."

"..."

박시우는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큰돈은 아니에요."

"근데 자꾸 돈이 필요해져요."

"친구들이랑 뭐 하나 하려고 해도 그렇고."

"다 같이 뭘 사려고 해도 그렇고."

"..."

"점점 늘어나요."

"얼마나?"

"3만 원."

"5만 원."

"10만 원."

"..."

"그냥 조금씩이요."

"부모님께 이야기하면 안 돼?"

박시우는 고개를 저었다.

"계속 말하기는 좀 그래요."

"왜?"

"...죄송하잖아요."

이로운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때였다.

박시우가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

"...근데."

"응?"

"요즘은 돈 빌리는 것도 쉽대요."

"...누구한테?"

"잘 모르겠어요."

"근데 다들 알더라고요."

"..."

"급하면 도와준대요."

순간.

상담실 공기가 아주 잠깐 무거워졌다.

그때였다.

웅.

가방 안에서 상자가 진동했다.

이로운은 아무렇지 않은 척 가방을 열었다.

희미한 문장이 떠오르고 있었다.

『주의』

『결핍이 거래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쉬운 해결책은 가장 빠르게 퍼진다』

이로운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

.

.

방과 후.

학생들이 하나둘 학교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서이현도 가방을 메고 교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걸음을 멈췄다.

교문 옆 벤치였다.

누군가 학생 둘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이상할 정도로 편안했다.

"괜찮아."

"어려우면 말해."

"생각보다 별거 아니야."

학생들이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이현은 그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그때였다.

그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마침 학생들이 지나가면서 얼굴이 가려졌다.

서이현은 순간 눈을 가늘게 떴다.

'누구지?'

그리고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또 있네."

그 사람은.

요즘 계속 학교 어딘가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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