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습작 1 수정 - 상자의 선택(1부)

제4화 - 보이지 않는 연결

Yoon89 2026. 6. 15. 10:08

제4화 - 보이지 않는 연결

점심시간.

새별중학교는 하루 중 가장 시끄러운 시간이 찾아왔다.

급식실로 향하는 학생들.

운동장으로 뛰어나가는 학생들.

복도에서 친구들과 떠드는 학생들.

학교 전체가 활기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활기 속에서도 이로운은 이상한 장면 하나를 발견했다.

"야."

"응?"

"너 그거 샀어?"

"어."

"얼마였어?"

"생각보다 안 비싸."

"진짜?"

"응. 방법이 있어."

"뭔데?"

학생 한 명이 주변을 힐끗 둘러봤다.

그러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나중에 알려줄게."

"아."

"근데 아무한테나 말하면 안 돼."

"오케이."

그렇게 둘은 웃으며 급식실로 향했다.

별거 아닌 대화였다.

정말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대화.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로운의 귀에 오래 남았다.

'방법이 있다고?'

그는 잠시 학생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선생님."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서이현이었다.

"점심 드셨어요?"

"아직."

"저도요."

"왜?"

"줄 길어요."

이로운이 웃었다.

"그래서 여기 있는 거야?"

"네."

서이현은 복도 난간에 기대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

"응?"

"학교는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왜?"

"다들 서로 다 아는 것 같으면서도 잘 몰라요."

"..."

"옆자리 친구가 힘든지도 모르고."

"혼나는 것만 알고."

"누가 비싼 걸 샀는지는 아는데."

"왜 샀는지는 모르고."

"..."

"그런 거 있잖아요."

이로운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있지."

"엄청 많지."

서이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근데 요즘은 더 심해진 것 같아요."

"뭐가?"

"애들이 다들 바빠요."

"공부도 하고."

"학원도 가고."

"핸드폰도 보고."

"근데 이상하게 웃는 애들이 별로 없어요."

"..."

"웃는데 즐거워 보이지는 않아요."

이로운은 그 말을 마음속에 담아뒀다.

그때였다.

웅.

가방 안에서 아주 약한 진동이 느껴졌다.

'또야?'

이로운은 아무렇지 않은 척 가방 지퍼를 조금 열었다.

그러자 희미한 문장이 떠올랐다.

『관찰 범위 확장』

『연결 구조 탐색 중』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찾아라』

"..."

이로운은 조용히 지퍼를 닫았다.

그런데 그 순간.

아주 묘한 장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학생 네 명이 한 학생 주변으로 모였다.

그리고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진짜?"

"응."

"그럼 나도 해볼까?"

"생각보다 쉬워."

"근데 괜찮은 거 맞아?"

"괜찮아."

"다들 하고 있어."

'다들 하고 있어.'

오늘만 벌써 세 번째 들은 말이었다.

이로운은 천천히 그 말을 되새겼다.

'다들 하고 있어.'

어른들도 자주 쓰는 말이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묘하게 더 강력하게 작용했다.

누군가 먼저 시작하면.

누군가는 따라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모두가 하고 있게 된다.

"선생님."

"응?"

"왜 그래요?"

서이현이 물었다.

"아니."

"그냥 생각 좀 했어."

"무슨 생각이요?"

이로운은 잠시 고민하다가 웃었다.

"음."

"학교는 작아 보이는데 생각보다 엄청 큰 세상이라는 생각."

서이현도 살짝 웃었다.

"맞아요."

"작은 사회 같아요."

"응."

"그래서 더 어렵지."

그때였다.

복도 저편에서 한 학생이 급하게 뛰어왔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돈을 건넸다.

돈을 받은 학생은 아무렇지 않게 주머니에 넣었다.

별다른 표정도 없었다.

아주 자연스러웠다.

너무 자연스러웠다.

"..."

이로운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하지만 그 학생들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웃으며 지나갔다.

서이현도 그 모습을 봤다.

"...선생님."

"응?"

"...저런 거 원래 있었어요?"

이로운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글쎄."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아직은 모르겠네."

서이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표정은 편하지 않았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끝나고.

학생들은 각자의 교실로 돌아갔다.

조용해진 상담실.

이로운은 오전에 받았던 익명의 상담 신청서를 다시 꺼냈다.

그리고 뒤집어 보았다.

그러자 뒷면에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아까는 분명 없던 글이었다.

『혼자서는 버티기 힘들어요.』

이로운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아까 없었는데?'

그 순간.

웅.

상자가 다시 한번 반응했다.

그리고 새로운 문장이 나타났다.

『첫 번째 연결망이 형성되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하지만 곧 평범함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이로운은 천천히 창밖을 바라봤다.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이 웃고 있었다.

교실에서도 웃음소리가 들렸다.

정말 평범한 하루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왜인지 모르게.

조금씩.

학교가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미 그 변화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 5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