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습작 1 수정 - 상자의 선택(1부)

제7화 - 반복되는 패턴

Yoon89 2026. 6. 15. 10:17

제7화 - 반복되는 패턴

다음 날.

오전 8시 30분.

상담실에는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이로운은 출석 현황 자료를 천천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상한 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상담 신청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비슷한 이유들이 반복됐다.

무기력함.

비교.

불안.

돈.

이로운은 볼펜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우연인가.'

그때였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더니 서이현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

"오늘도 일찍 왔네."

서이현은 자연스럽게 빈백에 앉았다.

"선생님."

"응?"

"선생님은 반복되는 거 좋아해요?"

이로운이 웃었다.

"질문이 좀 어려운데?"

"그런가요?"

"반복되는 게 어떤 건데?"

서이현은 잠시 생각했다.

"음..."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거."

"매일 학교 오는 거."

"매일 밥 먹는 거."

"...그런 거요."

"그건 좋아하지."

"왜냐하면 안정적이잖아."

서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나쁜 반복도 있잖아요."

"..."

"계속 비교하는 거."

"계속 불안한 거."

"계속 남 눈치 보는 거."

이로운은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맞네."

"그런 반복도 있지."

"그런데 왜?"

서이현은 창밖을 바라봤다.

운동장을 뛰어가는 학생들이 보였다.

"...요즘 애들이 그래요."

"..."

"다들 똑같은 고민을 하는 것 같아요."

"..."

"근데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해요."

.

.

.

2교시 쉬는 시간.

상담실 문이 열렸다.

이번에는 여자 학생 한 명이었다.

3학년 학생이었다.

이름표에는 김하린이라고 적혀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

"앉아."

김하린은 조심스럽게 앉았다.

눈 밑이 조금 어두웠다.

"요즘 잠은 잘 자?"

그러자 김하린이 피식 웃었다.

"상담 선생님들은 어떻게 맨날 그걸 제일 먼저 물어봐요?"

이로운도 웃었다.

"표정에 다 써 있거든."

"...그런가요?"

"응."

"잠을 못 자는 표정."

김하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5시간 정도 자요."

"왜?"

"할 게 많아서요."

"공부?"

"공부도 있고."

"숙제도 있고."

"핸드폰도 보고."

"..."

"그러다 보면 새벽이에요."

이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었다.

"요즘 제일 많이 하는 생각은 뭐야?"

김하린은 고민 없이 대답했다.

"...뒤처지면 안 된다."

"..."

"그 생각을 제일 많이 해요."

"누구한테 뒤처지는 건데?"

김하린은 잠시 멈췄다.

"...모르겠어요."

"..."

"근데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아요."

"..."

"다들 엄청 열심히 살거든요."

그 순간.

이로운의 머릿속에 어제 박시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오늘 김하린의 말.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아요.'

모양은 달랐다.

하지만 결론은 같았다.

불안.

그 감정 하나로 연결되고 있었다.

.

.

.

점심시간.

상담실 앞 벤치.

서이현과 이로운은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그러다가 서이현이 갑자기 말했다.

"선생님."

"응?"

"이거 보세요."

휴대폰 화면이었다.

학생들 단체 채팅방 일부였다.

물론 이름은 가려져 있었다.

[급하면 연락해.]

[생각보다 쉬워.]

[다들 하는 거야.]

[나도 도움받았어.]

[걱정 안 해도 돼.]

이로운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이거 어디서 본 거야?"

"친구가 보여줬어요."

"누가 보낸 건데?"

"잘 모르겠어요."

"계속 다른 사람이 보내요."

"..."

"근데 내용은 비슷해요."

"..."

"그리고 이상하게 다들 믿어요."

이로운은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그러다 조용히 물었다.

"왜 믿는 것 같아?"

서이현은 잠시 고민했다.

"...힘드니까요."

"..."

"누가 도와준다고 하면 믿고 싶어져요."

"..."

"아마 그럴 거예요."

그 말에 이로운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게 가장 현실적인 이유였으니까.

.

.

.

방과 후.

교문 앞.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이로운의 시선이 한 학생에게 멈췄다.

정태윤이었다.

그런데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학생이었다.

교복을 입고 있었다.

키가 꽤 컸다.

목소리는 차분했다.

"괜찮아."

"천천히 해."

"급할 필요 없어."

정태윤도 안심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웃었다.

"진짜 괜찮을까요?"

"응."

"다들 그렇게 하고 있어."

"..."

"너만 늦은 거야."

정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운은 그 장면을 멀리서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잠깐.

그 학생의 옆모습이 보였다.

낯선 얼굴이었다.

하지만 묘하게 기억에 남았다.

그때.

웅.

가방 안에서 상자가 진동했다.

『반복 패턴 발견』

『주의』

『도움은 가장 강력한 유혹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관찰 대상 접근 중』

순간.

그 학생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

이로운과 눈이 마주쳤다.

학생은 웃었다.

정말 평범한 웃음이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잠깐.

등골이 서늘해졌다.

  • 8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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