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 보이지 않는 손
오후 5시 20분.
학교는 대부분 조용해져 있었다.
운동부 학생 몇 명만 운동장에 남아 있었고, 복도에는 청소 도구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이로운은 상담실 불을 끄려다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며칠 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들이 있었다.
'방법이 있어.'
'다들 그렇게 해.'
'도와줄게.'
'이번 한 번만.'
너무 비슷했다.
학생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인데도 누군가 같은 문장을 반복해서 주입하는 것 같았다.
그때였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더니 서이현이 들어왔다.
가방까지 멘 걸 보니 이제 집에 가려던 모양이었다.
"아직 안 가셨어요?"
"응."
"생각 좀 하느라고."
서이현은 자연스럽게 빈백에 앉았다.
이제는 제법 익숙한 모습이었다.
"선생님."
"응?"
"혹시 퍼즐 맞춰본 적 있어요?"
이로운이 웃었다.
"갑자기?"
"네."
"왜?"
서이현은 손가락으로 빈백 끝부분을 만지작거렸다.
"...요즘 그런 느낌이에요."
"어떤 느낌?"
"조각은 있는데 그림은 안 보여요."
"..."
"이상한 일들은 계속 있는데."
"다 따로따로 떨어져 있어요."
"..."
"근데 분명 연결돼 있는 것 같아요."
이로운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
"진짜요?"
"응."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정리하면."
그는 종이를 한 장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적기 시작했다.
돈이 필요한 학생.
↓
누군가 도움을 준다.
↓
학생들은 안심한다.
↓
작은 부탁을 받는다.
↓
그게 반복된다.
서이현의 눈이 커졌다.
"...진짜 퍼즐 같네요."
"응."
"근데 아직 한 조각이 없어."
"어떤 조각이요?"
"...누가 시작했는지."
.
.
.
다음 날.
오전 8시.
등교 시간.
이로운은 일부러 교문 근처에 서 있었다.
학생들을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장면이 하나 보였다.
학생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확히는.
기다리는 것 같지 않은데 기다리고 있었다.
한 학생이 물었다.
"왔어?"
"아직."
"언제 와?"
"곧."
"아."
"오늘도 바쁘겠다."
아주 자연스러운 대화였다.
하지만 이상했다.
"누구 기다리는 거야?"
이로운이 지나가며 물었다.
학생 둘은 동시에 웃었다.
"그냥 선배요."
"어떤 선배?"
"좋은 선배요."
"이름은?"
둘은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잘 모르겠어요."
"..."
"...근데 다 알아요."
그 말을 남기고 학생들은 교실로 올라갔다.
이로운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이름은 모른다.
그런데 다 안다.
그 구조가 이상했다.
.
.
.
점심시간.
상담실.
정태윤.
박시우.
그리고 서이현까지 모여 있었다.
평소보다 학생들이 많았다.
"선생님."
정태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네."
"혹시 사람이 한 번 도움받으면 계속 기억나요?"
"보통은 그렇지."
"왜?"
정태윤은 잠시 생각했다.
"...모르겠어요."
"근데 이상해요."
"뭐가?"
"도움을 받았는데."
"..."
"점점 더 불안해져요."
상담실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
서이현도 정태윤을 바라봤다.
정태윤은 말을 이어갔다.
"...안 받으면 뒤처질 것 같고."
"..."
"받으면 또 해야 될 것 같고."
"..."
"이상해요."
이로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어."
"왜냐하면."
"..."
"그건 도움이라기보다 의존에 가까워질 수도 있거든."
정태윤이 멈칫했다.
"의존이요?"
"응."
"내 힘으로 해결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찾는 게 습관이 되는 거."
"..."
"그게 반복되면 사람은 스스로 결정하는 힘을 조금씩 잃게 돼."
학생 셋 모두 조용해졌다.
그 순간이었다.
웅.
가방 안의 상자가 지금까지와 다르게 강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긴 문장이 나타났다.
『초기 연결망 완성』
『주의』
『학교 전체에 영향력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다음 단계는 욕망이다』
그 순간.
복도 밖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학생 몇 명이 누군가를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이번에는 얼굴이 아주 잠깐 보였다.
단정한 교복.
차분한 눈빛.
그리고 자연스러운 미소.
학생들 사이에 너무 자연스럽게 섞여 있었다.
그 사람은 학생들에게 말했다.
"천천히 해."
"조급해하지 말고."
"어차피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그리고 아주 잠깐.
이로운과 눈이 마주쳤다.
그 사람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대로 학생들 사이로 사라졌다.
그 순간.
서이현이 작게 말했다.
"...선생님."
"응?"
"...저 사람."
"..."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왜 계속 본 것 같죠?"
이로운도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제.
학교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학생들의 불안보다 더 깊은 곳.
'욕망'을 향해 가고 있었다.
- 11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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