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습작 1 수정 - 상자의 선택(1부)

제12화 -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

Yoon89 2026. 6. 15. 10:29

제12화 - 필요한 사람이 된다는 것

화요일 오전.

새별중학교 2층 복도.

쉬는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복도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상한 장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학생 몇 명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웃고 있었다.

떠들고 있었다.

평범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중심에는 한 학생이 있었다.

"그래서 수학은 여기 선생님이 괜찮아."

"영어는 이쪽이 더 잘 맞고."

"너는 암기형이라서 사회를 먼저 잡는 게 좋아."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

"어떻게 그걸 다 알아요?"

남학생이 웃었다.

"그냥 많이 들어서."

"애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알게 돼."

학생들은 감탄했다.

그냥 도움을 주는 선배 같았다.

이로운도 잠시 그 모습을 바라봤다.

'강민재.'

이름 하나가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때였다.

"선생님."

서이현이 다가왔다.

"응?"

"저 사람 진짜 신기하지 않아요?"

"왜?"

"다들 좋아해요."

"..."

"공부 잘하는 애들도 좋아하고."

"힘들어하는 애들도 좋아하고."

"..."

"누구랑도 잘 지내요."

이로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랬다.

학교에는 이런 학생들이 있다.

리더.

인기인.

분위기 메이커.

하지만 강민재는 조금 달랐다.

눈에 띄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모였다.

.

.

.

점심시간.

상담실.

윤지호가 다시 찾아왔다.

표정이 조금 더 지쳐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

"오늘은 표정이 더 안 좋아 보이는데?"

윤지호는 어색하게 웃었다.

"...잠을 못 잤어요."

"왜?"

"생각이 많아서요."

"무슨 생각?"

"..."

"...고등학교요."

이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3학년 학생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고민이었다.

"어떤 게 걱정인데?"

"다요."

"..."

"내신도 걱정되고."

"친구들은 다 잘하는 것 같고."

"학원도 더 다녀야 할 것 같고."

"..."

"시간도 없고."

"그래서 답답해요."

이로운은 잠시 윤지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물었다.

"그럼 누가 너한테 지금 잘하고 있다고 말해준 적 있어?"

윤지호는 잠시 생각했다.

"...없어요."

"그럼 반대로."

"너는 누군가에게 잘하고 있다고 말해준 적 있어?"

"..."

"...없는 것 같아요."

"우리는 이상하게 잘하는 것보다 부족한 것만 찾게 되더라."

윤지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윤지호가 갑자기 말했다.

"...근데요."

"응?"

"민재 선배는 잘해요."

"..."

"애들 불안한 걸 잘 알아요."

"무슨 뜻이야?"

윤지호는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애들이 힘들어하는 걸 바로 알아채요."

"그리고 다 해결 방법을 알려줘요."

"..."

"좋은 사람 같아요."

이로운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좋은 사람.

지금까지 모든 학생들의 평가가 같았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 않았다.

.

.

.

방과 후.

교문 앞.

강민재가 학생 둘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너는 너무 혼자 해결하려고 해."

"..."

"도움을 받는 것도 능력이야."

학생 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너는."

"비교를 조금 줄여."

"..."

"다른 사람 말고 네 기준을 만들어."

학생들이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아니야."

"힘들면 또 와."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서이현이 작게 말했다.

"...선생님."

"응?"

"이상하지 않아요?"

"뭐가?"

"저 사람 말."

"..."

"틀린 말이 하나도 없어요."

이로운도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랬다.

틀린 말은 없었다.

오히려 너무 맞는 말이었다.

그게 더 이상했다.

그때였다.

웅.

가방 안의 상자가 진동했다.

그리고 아주 짧은 문장이 나타났다.

『주의』

『정답은 사람을 가장 쉽게 안심시킨다』

이로운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정답.

그 단어가 유난히 크게 다가왔다.

그 순간.

강민재가 천천히 학교 밖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학생 하나가 뒤에서 급하게 따라왔다.

"선배!"

강민재가 돌아봤다.

"응?"

학생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그거."

"...이번 주 안에 하면 되는 거죠?"

강민재는 웃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응."

"어렵지 않을 거야."

"..."

"딱 한 번만 도와주면 돼."

학생은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둘은 학교 밖으로 사라졌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던 이로운의 눈빛이 조금 가라앉았다.

'딱 한 번.'

요즘 들어.

너무 자주 들리는 말이었다.

  • 13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