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습작 1 수정 - 상자의 선택(1부)

제11화 - 불안은 비교에서 시작된다

Yoon89 2026. 6. 15. 10:26

제11화 - 불안은 비교에서 시작된다

월요일 아침.

새별중학교 2층 복도.

학생들의 발걸음이 유난히 빨랐다.

시험 기간도 아니었다.

행사가 있는 날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야, 너 이번에 어디 학원 다니기로 했어?"

"나? 영어 하나 추가했어."

"헐. 진짜?"

"응."

"수학도 바꿀까 고민 중이고."

"부럽다."

"부러울 게 뭐 있어."

"안 하면 뒤처지잖아."

학생들은 웃으며 지나갔다.

이로운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

또다.

뒤처진다.

요즘 학생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였다.

그때였다.

"선생님."

뒤에서 서이현이 걸어왔다.

오늘은 표정이 조금 어두웠다.

"좋은 아침."

"안녕하세요."

"왜 그래?"

"월요일이라서요."

"벌써 지쳤어?"

서이현이 피식 웃었다.

"아니요."

"근데 요즘 월요일마다 애들 분위기가 좀 이상해요."

"어떻게?"

"주말 평가를 하는 것 같아요."

"...주말 평가?"

"네."

"누가 어디 갔는지."

"누가 뭘 샀는지."

"누가 무슨 학원을 다니는지."

"다 이야기해요."

"..."

"그리고 꼭 마지막에 이런 말이 나와요."

"'나도 해야겠다.'"

이로운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학교는 언제나 비교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속도가 너무 빨랐다.

.

.

.

점심시간.

상담실.

문이 열리더니 새로운 학생이 들어왔다.

3학년 남학생이었다.

깔끔한 교복.

단정한 머리.

하지만 눈 밑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안녕하세요."

"안녕."

"앉아."

학생은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이름이 뭐야?"

"윤지호요."

"몇 학년?"

"3학년 2반이요."

"그래, 지호야."

"무슨 일 있어?"

윤지호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이 없어요."

"시간?"

"네."

"뭘 할 시간이 없어?"

"다요."

"..."

"학교 끝나면 학원 가고."

"집에 가면 숙제하고."

"새벽에 자고."

"..."

"근데 다들 저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요."

이로운은 물었다.

"누가?"

"친구들이요."

"확실해?"

윤지호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모르겠어요."

"근데 그래 보여요."

"..."

"계속 불안해요."

이로운은 잠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말했다.

"지호야."

"네."

"혹시 너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더 많이 보고 있니?"

윤지호는 멈칫했다.

"..."

"...그런 것 같아요."

.

.

.

오후 쉬는 시간.

상담실 앞.

서이현이 갑자기 고개를 내밀었다.

"선생님."

"응?"

"저 사람."

"누구?"

서이현의 시선이 복도 끝을 향했다.

학생 몇 명이 누군가 주변에 모여 있었다.

이번에는 웃음소리도 들렸다.

"어떻게 그렇게 다 알아요?"

"별거 아니야."

"정보를 정리하는 걸 좋아해서."

"와."

"진짜 대단하다."

이로운도 시선을 옮겼다.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처음 보는 게 아니었다.

어딘가 계속 보였던 학생이었다.

그 학생은 자연스럽게 학생들 사이에 섞여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입시 이야기를 해주고.

누군가에게는 학원 정보를 알려주고.

누군가에게는 공부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특별한 행동은 없었다.

그런데 묘하게 중심에 있었다.

그때였다.

학생 한 명이 물었다.

"선배."

"네?"

"어떻게 이렇게 다 알아요?"

남학생은 웃었다.

"별거 아니야."

"그냥 사람들 이야기를 잘 들어."

"..."

"사람마다 필요한 게 다 다르거든."

"..."

"그걸 연결해 주는 거야."

학생들이 감탄했다.

"와."

"진짜 대단하다."

"역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이현이 아주 작게 말했다.

"...선생님."

"응?"

"...저 사람이에요."

"..."

"...계속 보던 사람."

이로운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 학생에게 향했다.

그 순간.

남학생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주 잠깐.

이로운과 눈이 마주쳤다.

남학생은 웃었다.

정중했다.

예의도 있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너무 자연스러웠다.

마치.

학교 전체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사람 같았다.

그리고 아주 잠깐.

그의 입에서 이름 하나가 들려왔다.

"민재 선배."

학생 한 명이 그를 불렀다.

그러자 남학생이 웃으며 대답했다.

"응?"

"나 잠깐 상담 좀 해줘."

"..."

"좋아."

"대신 천천히 이야기하자."

그는 웃으며 학생들과 함께 걸어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로운의 가방 안.

웅.

상자가 아주 짧게 진동했다.

그리고 문장이 하나 떠올랐다.

『첫 번째 관리자 발견』

이로운의 눈동자가 천천히 흔들렸다.

관리자.

그 단어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좋은 의미는 아닌 것 같았다.

  • 12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