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습작 1 수정 - 상자의 선택(1부)

제13화 - 정보는 힘이 된다

Yoon89 2026. 6. 15. 10:58

제13화 - 정보는 힘이 된다

수요일 오전.

새별중학교 2층 복도.

쉬는 시간이 되자 학생들이 우르르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른 풍경이 보였다.

학생들이 한곳으로 모여 있었다.

중심에는 강민재가 있었다.

"선배, 이 고등학교는 어때요?"

"음."

강민재는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성적만 보고 결정하면 안 돼."

"왜요?"

"학교 분위기도 중요하고."

"동아리도 봐야 하고."

"집이랑 거리도 봐야 해."

학생들이 감탄했다.

"와."

"진짜 많이 아시네요."

"대단하다."

강민재는 웃으며 손을 저었다.

"아니야."

"그냥 관심이 많은 거야."

그때 또 다른 학생이 물었다.

"선배, 학원도 추천해 주세요."

"학원?"

"응."

강민재는 학생을 잠시 바라봤다.

"너는 수학이 약하지?"

학생이 깜짝 놀랐다.

"어?"

"어떻게 알았어요?"

"저번에 문제집 들고 다니는 거 봤거든."

학생들이 또 한 번 감탄했다.

"와."

"진짜 다 기억하네."

강민재는 웃었다.

"사람을 기억하는 건 어렵지 않아."

"..."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되거든."

그 말을 멀리서 듣던 이로운의 시선이 잠시 멈췄다.

'사람을 기억한다.'

그 자체는 좋은 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

.

.

점심시간.

상담실.

이로운은 학생 상담 기록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불안.

비교.

조급함.

그리고.

강민재.

직접적인 문제 학생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름이 너무 많이 등장했다.

그때였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더니 서이현이 들어왔다.

손에는 급식 우유 하나가 들려 있었다.

"선생님."

"응?"

"혹시 이상한 거 하나 물어봐도 돼요?"

"물어봐."

"왜 사람들은 다 아는 사람을 좋아할까요?"

이로운이 웃었다.

"갑자기 어려운 질문인데?"

서이현도 웃었다.

"아까 보니까요."

"..."

"애들이 민재 선배한테 이것저것 다 물어보더라고요."

"그렇더라."

"근데 생각해 보면 신기해요."

"왜?"

"어른들도 그렇잖아요."

"뭐든 잘 아는 사람을 믿고."

"정보가 많은 사람을 따라가고."

"..."

"애들도 똑같은 것 같아요."

이로운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대답했다.

"왜냐하면."

"..."

"불안할 때는 정답을 가진 사람을 찾게 되거든."

서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근데."

"..."

"정답이 없는 문제도 많잖아요."

"..."

"그런데 자꾸 누가 답을 주려고 해요."

그 말이 유난히 오래 남았다.

.

.

.

방과 후.

상담실 문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처음 보는 학생이었다.

1학년 남학생이었다.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안녕하세요."

"안녕."

"앉아."

학생은 조심스럽게 앉았다.

"이름이 뭐야?"

"최준혁이요."

"몇 학년?"

"1학년 6반이요."

"그래, 준혁아."

"무슨 일 있어?"

최준혁은 잠시 머뭇거렸다.

"...선생님."

"응."

"혹시 사람 소개받는 것도 괜찮은 거예요?"

"...무슨 뜻이야?"

"그냥..."

"..."

"공부 잘하는 선배를 소개받고."

"도움받고."

"그런 거요."

"누가 소개해 줬는데?"

최준혁은 망설였다.

"...친구가요."

"친구가 누구한테 소개받았는데?"

"..."

"민재 선배요."

"..."

"다들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로운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러자 최준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이상한 게 있어요."

"뭔데?"

"한 번 도움받으면."

"..."

"계속 찾아가게 돼요."

"..."

"그러다가 또 다른 사람을 소개받고."

"..."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돼요."

이로운은 손에 들고 있던 볼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하나의 그림을 그렸다.

학생.

학생.

학생.

학생.

누군가가 연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연결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 순간.

웅.

가방 안의 상자가 아주 약하게 진동했다.

그리고 짧은 문장 하나가 나타났다.

『연결망 확장 중』

이로운의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그때였다.

창밖으로 강민재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학생 네 명과 함께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학생들은 강민재와 같이 걷고 있었지만.

강민재는 학생들을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멀리.

학교 전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이로운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학생은... 대체 뭘 만들고 있는 거지?'

  • 14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