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 연결된 학교
금요일 오후.
새별중학교에는 주말을 앞둔 특유의 들뜬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학생들은 평소보다 웃음이 많았다.
교실에서도.
복도에서도.
운동장에서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로운은 웃음소리보다 다른 것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민재 선배가 알려줬어."
"민재 선배한테 물어봐."
"민재 선배는 다 알더라."
"..."
"민재 선배가 괜찮대."
며칠 전부터 학교 안에 하나의 이름이 퍼지고 있었다.
강민재.
누구에게는 공부를 알려주는 선배.
누구에게는 고민 상담을 해주는 선배.
누구에게는 정보를 알려주는 선배.
좋은 학생이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
.
.
점심시간.
상담실.
서이현이 빈백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생님."
"응?"
"사람들은 왜 한 사람한테 모일까요?"
이로운은 웃었다.
"오늘도 어려운 질문이네."
"궁금해서요."
"음..."
이로운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안심하고 싶어서."
"..."
"불안하면 사람은 기준점을 찾거든."
"기준점이요?"
"응."
"누군가를 보고."
"저 사람처럼 하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는 거."
"..."
"그게 편하니까."
서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말했다.
"...근데."
"응?"
"그 사람이 틀리면 어떡해요?"
"..."
이로운은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질문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때는."
"..."
"다 같이 흔들리겠지."
그 순간이었다.
서이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선생님."
"응?"
"...그럼 지금 위험한 거 아니에요?"
"..."
"...애들이 너무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이로운도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봤다.
.
.
.
방과 후.
교문 앞.
학생들이 강민재 주변에 자연스럽게 모여 있었다.
"선배."
"이번 시험 어떻게 공부해야 돼요?"
"선배."
"이 학원 괜찮아요?"
"선배."
"그 친구랑 화해하는 게 좋을까요?"
강민재는 차분하게 하나씩 대답해 주고 있었다.
"너는 국어부터 잡아."
"그 학원은 너랑 안 맞아."
"그 친구랑은 먼저 이야기해 봐."
학생들은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하나둘 떠났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로운은 천천히 다가갔다.
강민재도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
"오늘도 고생 많으셨어요."
"..."
"학생들이 선배를 많이 찾네."
강민재는 웃었다.
"요즘 다들 힘들어하잖아요."
"..."
"그래서 조금 도와주는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 같더라."
강민재는 잠시 웃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결국 비슷하거든요."
"..."
"뭐가 필요한지만 알면 돼요."
"..."
"칭찬."
"관심."
"안심."
"..."
"조금의 희망."
그는 너무도 담담하게 말했다.
마치 정답을 말하는 사람처럼.
이로운은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때였다.
한 학생이 뛰어왔다.
최준혁이었다.
"선배!"
"응?"
"소개받은 형한테 연락 왔어요."
"..."
"진짜 괜찮은 사람이더라고요."
강민재는 웃었다.
"그래?"
"네."
"감사합니다."
"아니야."
"..."
"다음에 다른 친구도 힘들어하면 알려줘."
최준혁은 밝게 웃었다.
"네!"
그렇게 학생은 떠났다.
하지만.
그 장면을 본 이로운의 눈빛은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다.
도움.
소개.
연결.
학교 안에 보이지 않는 선들이 생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들의 중심에는 강민재가 있었다.
.
.
.
학생들이 모두 떠난 뒤.
강민재는 혼자 교문을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웅.
가방 안의 상자가 진동했다.
이번에는 이전보다 훨씬 선명한 문장이 떠올랐다.
『1차 영향권 형성 완료』
『경고』
『관찰 대상은 개인이 아니다』
이로운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이미 하나의 시스템이 되었다』
그 순간이었다.
강민재가 아주 잠깐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웃었다.
"...선생님."
"..."
"다음 주는 더 바빠질 거예요."
"...왜?"
강민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웃으며 학교를 떠났다.
그렇게 그의 모습이 멀어졌다.
그리고 이로운은 문득 깨달았다.
지금까지 자신은 한 학생을 보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학교 안에 만들어지고 있는 하나의 흐름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흐름은.
다음 주부터.
더 커질 예정이었다.
- 16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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